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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1972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공가나라 2025. 5. 17. 15:26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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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상실과 절망 속에서 만난 두 인물이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익명의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공허함과 욕망의 본질을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감정적 파탄과 정체성의 해체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육체적 관계 너머의 외로움과 소통 부재를 날카롭게 묘사합니다. 말론 브란도와 마리아 슈나이더의 강렬한 연기는 전 세계에 충격과 찬사를 동시에 안기며,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인 걸작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요 인물들

    출연

    주연

    • 말런 브랜도
    • 마리아 슈나이더

    조연

    • 마리아 미치
    • 지오바나 갈레티
    • 기트 마그리니
    • 캐서린 알레그리
    • 루시 마르퀑
    • 마리 헬렌 브레일
    • 카트린느 브레야
    • 댄 다이아먼트
    • 까뜨린 솔라
    • 마우로 마체티
    • 장 피에르 레오
    • 마시모 지로티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단 두 인물을 중심으로 감정의 깊이를 치밀하게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폴(말론 브란도)은 중년의 미국인으로, 아내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감정적으로 붕괴된 상태에서 등장합니다. 그는 과거의 상처와 현실의 고립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회복하려 하지만, 그것조차도 파괴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반면 잔느(마리아 슈나이더)는 결혼을 앞둔 젊은 프랑스 여성으로, 사회적으론 안정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지만, 내면에서는 정체성과 욕망에 혼란을 겪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두 사람은 임대 보러 간 파리의 아파트에서 처음 만납니다. 이 만남은 상호 합의도 설명도 없이 갑작스레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고, 이후 서로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익명 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흔히 말하는 ‘캐릭터성’이나 ‘성장’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대신 그들은 내면의 깊고 어두운 감정을 표출하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관객은 이들을 통해 정체성, 트라우마, 인간관계의 본질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특히 말론 브란도의 연기는 폴이라는 인물을 통해 남성의 무너진 자아, 감정의 폭력성, 상실의 공허함을 압도적으로 전달하며, 마리아 슈나이더는 순진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잔느를 통해 욕망과 현실의 충돌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익명 속에 얽힌 관계의 전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서사는 단순하면서도 극단적입니다. 파리의 낯선 아파트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사랑을 나눕니다. 이 관계는 일반적인 연애나 교감이 아닌, 철저히 익명성과 무의미 속에 자리 잡습니다. 폴과 잔느는 서로의 이름조차 알지 않으며, 그것조차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감정 없는 관계로 자신들의 공허함을 메우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잔느는 점점 이 관계에서 혼란을 느끼게 되고, 폴 역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잔느는 처음에는 육체적인 해방감을 느끼지만, 폴의 감정적 불안정함과 점점 과격해지는 태도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결국 두 사람은 단절을 시도하지만, 운명처럼 다시 만납니다. 클라이맥스는 잔느의 아파트에서 벌어집니다. 폴이 그녀의 공간으로 강제로 들어가고, 결국 잔느는 권총으로 폴을 쏘아 죽이게 됩니다. 이후 잔느는 경찰 조사에 대비하듯 "그는 낯선 사람이고, 나는 그를 몰랐다"라고 되뇝니다. 이 서사는 단순한 치정극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감정과 존재에 대한 극단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고, 그 관계가 끝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되는가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제시합니다. 특히 관계의 끝이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영화의 전개는, 일회적 욕망과 진짜 감정의 충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강하게 암시합니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단순한 에로티시즘을 넘어, 인간 내면의 공허함과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 어떻게 파괴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는 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익명성’이라는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타인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거나, 고통스러운 상처를 숨기고자 할 때 선택하는 방어기제로 작동합니다. 폴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스스로를 타인으로부터 분리시키며, 감정을 제거한 채 살아가려 합니다. 잔느는 안정적인 약혼생활 속에서 느끼는 숨 막힘을 벗어나기 위해 이 아파트 안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자아를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베르톨루치는 이런 설정을 통해 현대인이 처한 정체성의 혼란, 진정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소통의 부재를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또한 영화 속에는 파리라는 도시가 등장하지만, 그 도시의 낭만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배경은 차갑고 어둡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고립되어 있으며, 이는 두 주인공의 내면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는 욕망이라는 것을 단순한 감정이나 자극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생존,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의 본질과 연결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그 결과,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감상자의 입장에 따라 예술로도, 불쾌한 폭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독특한 긴장감을 지닌 작품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과 여운

    이 영화를 보며 느낀 첫 감정은 솔직히 ‘불편함’이었습니다. 기존에 알던 멜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개와 인물 간의 관계, 그리고 누군가의 고통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불편함 속에 담긴 감독의 의도, 그리고 인물들의 고통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말론 브란도의 대사와 표정, 그리고 눈빛이었습니다. 말보다는 침묵이 더 많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면의 무너짐과 절규가 화면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잔느 역시 감정적으로 방황하는 과정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줘서, 관객 입장에서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깝고, 어떤 장면에서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잔느가 "그는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스스로 믿고 싶어 하는 자아의 방어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오히려 많은 생각이 남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욕망이며,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하고 얼마나 두려운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전통적인 시선으로 보면 이 영화는 불편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주는 걸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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